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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이의 직관] 별빛 아래 너와 함께, 별빛영화제 🎞
    Life/문화직관 2023. 8. 22. 12:04
    예술영화관을 좋아해서 매주 상영시간표는 체크하지만, 가지는 못하는 에디터 웅이의 안타까운 덕질 이야기.

     

    별빛영화제에 성공했다. 쉬웠던 건 아니라는 점. 무더운 여름날 저녁, 별빛 수놓는 하늘 아래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이 놓칠리 없지 않는가.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어느 토요일 저녁의 별빛영화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사실 나는 실패했고 함께 예매한 친구가 성공했다…)

     

     

     낮의 에무시네마가 푸르고 설렘 가득한 모습이라면, 저녁의 에무시네마는 잔잔하고 뭉클한 느낌이다. 애틋한 사랑 영화가 상영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1층에 위치한 카페를 들어가니, 낮에는 푸른 숲이 보이던 카페가 맥주나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펍처럼 바뀌어 있었다. 나초와 화이트 와인을 픽업해서 영화가 상영되는 옥탑으로 올라갔고, 로비에서부터 ‘별빛영화제’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로 공간이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신나는 표정에 저까지 덩달아 신났다.

     

     

     별빛영화제 상영 시간인 저녁 7시 반 즈음, 간식과 음료를 챙겨 건물의 옥상에 위치한 가르강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옥탑의 철문을 연 순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머리 위로는 탁 트인 별빛 하늘이 펼쳐지고, 큰 스크린이 쨍하게 날 쳐다보고 있더라. 분위기를 한껏 만끽하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못 땐 채 자리까지 걸어갔다. 처음엔 야외 상영은 영화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 영화가 눈에 잘 들어올까 하는 막연한 걱정들에 우려도 있었다. 물론 가끔 불빛을 찾아 온 벌레들이 방해 공작을 벌이기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탁 트인 하늘 가운데 자리 잡은 스크린이 제 마음 가득히 들어오는 것 같더라.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번에 내가 본 영화는 <라탈랑트>라는 고전 명작. 프랑스 영화의 역사적인 거장 ‘장 비고’ 감독의 1934년 개봉 작품이다. 꽤 오래된, 꽤 옛날 영화다. ‘장 비고’ 감독과 그의 작품은 영화계의 많은 거장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네 멋대로 해라>로 유명한 ‘장 뤽 고다르’와 <400번의 구타>의 프랑수아 트뤼포, 한국의 홍상수 감독까지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이 <라탈랑트>를 꼽는다고. 하지만 이러한 찬사 뒤에 안타까운 사실은 ‘장 비고’ 감독의 유작이라는 것. ‘장 비고’ 감독과 그의 작품은 생전에는 주목 받지 못 하고 때로는 아마추어적이라고 비판 받기도 했었다. <라탈랑트> 촬영 당시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있던 ‘장 비고’ 감독은 개봉 한 달 후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의 영화들은 재평가 되기 시작했고, 이 비운의 걸작 역시 세계 영화사의 별빛으로 남아 영화계를 비추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 ‘별빛영화제’에서 보게 되어 더욱 영광이었다.

     

     ‘별빛영화제’에서는 이번에 제가 본 <라탈랑트> 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고 좋은 영화들을 상영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매번 여름 예매의 기회를 붙잡아 보시길. 여름밤, 별빛 아래, 너와 함께, 영화 한 편 ,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