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이의 직관] 당신을 위해 준비된 곳, 에무시네마 🎞Life/문화직관 2023. 8. 21. 16:42
예술영화관을 좋아해서 매주 상영시간표는 체크하지만, 가지는 못하는 에디터 웅이의 안타까운 덕질 이야기.
이번에 다녀온 곳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관 중에 하나. 복합문화공간 ‘에무’ 안에 위치한 ‘에무시네마’다.
서대문과 광화문 사이, 경희궁을 낀 조용하고 고즈넉한 사직동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에무’라는 이름은 르네상스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에라스무스는 생전에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럽 각 지역을 이동하며 공부하다,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재산을 바젤대학에 환원하며, 자신과 같은 유학생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이게 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30개 이상의 국가와 4000개 이상의 대학교 등 기관들이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그의 뜻을 기려 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그의 사상과 통찰을 계승하여, 최고의 인문적 문화예술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통해 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에무’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도 들여와, 한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이 되고자 하는 멋진 포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에무시네마 입구에는 푸른 잔디가 깔린 앞마당이 있어 햇볕이 쨍한 여름의 햇살과 정말 잘 어울린다. 앞마당을 지나 입구로 걸어가다 보면, 상영 중인 영화 포스터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건물은 지하 2층부터 옥상정원까지 총 6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부터 보면, 지하 2층에는 ‘Gallery Emu’ 미술관이 위치해있어 회화와 사진 등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고, 지하 1층에는 ‘Panta Garage’ 공연장이 있다. 밴드 공연이 가능한 무대 옆으로, 음악을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펍이 있는 근사하고 자유로운 음악 창고다. 한 층 더 올라가면 에무시네마 건물의 로비라고 할 수 있는 ‘Cafe Emu’가 나온다. 북카페 못지 않게 각종 도서가 비치되어 있고, 카페 앞으로는 푸른 앞마당과 고즈넉한 동네가, 뒤로는 경희궁 숲과 연결된 뒤뜰이 보인다. 영화나 공연 시간을 앞두고 ‘Cafe Emu’에서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2층과 3층에는 상영관이 위치해 있으며 크게 1관과 2관 2개의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1관과 2관을 다른 테마로 운영할 때도 있어 ‘상영시간표’를 확인할 때 꼭 번갈아 체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옥상에는 루프탑 정원이 있다. 이 곳은 대관해서 도심 속 옥상 파티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고, 여름철 ‘별빛영화제’를 열어 별빛 하늘 아래서 야외 상영을 하기도 한다.
스포 하나 하자면, 다음 이야기로 이 ‘별빛영화제’를 다루려고 하니 기대하시라.
이번에는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생소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유명한 영화다.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로, 202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19년에 수상한 바로 그 상말이다. 대단한 수작이자 명작으로 평가되는 영화라는 것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슬픔의 삼각형>은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에게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 그 만큼 색깔이 확실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이번 작품 이전에도 사회를 풍자하는 계급 우화를 주로 관심 갖고 제작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사회 풍자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만 난 이 영화가 ‘트로이의 목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영화 안에 잘 숨기고 미국에 그걸 전파하는 게 계획이다(웃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속 불평등과 위계를 드러내고 풍자하는 것으로만 이 영화를 설명하기엔 분명히 부족하다. 일단 웃기기 때문이다. 보다 보면 어이 없는 실소를 터뜨리기도, 등장인물들의 우스운 행태에 깔깔 넘어가기도 하면서 동시에 턱을 괴고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좋은 영화다.
에무시네마의 쿠폰을 채워가다 보면, 내 세상이 더 넓어지고 내 행복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멀리 여행 가기에 바쁜 구독자 여러분, 에무시네마가 당신을 환영하고 있다. 에라스무스처럼 해외로의 유학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영화라는 또 다른 세계로의 짧은 여행을 도와줄 수는 있다는 것. 이번 주말, 당신을 위해 준비된 곳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한 편 어떤가?
'Life > 문화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웅이의 직관] 별빛 아래 너와 함께, 별빛영화제 🎞 (1) 2023.08.22 [웅이의 직관] 영화 없는 영화관 투어, 서울아트시네마 🎞 (0) 2023.08.11 [뭉치의 직관] 푸른 별 지구를 위한 시장, 마르쉐 농부시장 ‘지구’ 🌎 (0) 2023.08.07 [웅이의 직관] 필름포럼'에서 < 다음소희 > 🎞 (0)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