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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의 직관] 영화 없는 영화관 투어, 서울아트시네마 🎞Life/문화직관 2023. 8. 11. 17:31
예술영화관을 좋아해서 매주 상영시간표는 체크하지만, 가지는 못하는 에디터 웅이의 안타까운 덕질 이야기.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서울아트시네마’는 광화문과 서대문 사이, 아름다운 정동길 끝자락 경향아트빌 2층에 위치해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맹자 가족 못지 않게 여러 번의 이사를 했고, 오늘날 경향아트빌 건물에 자리 잡기까지는 무려 3번의 이사가 있었다. 2002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작한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낙원상가 내 ‘허리우드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10여 년 간 영화인들의 쉼터가 되었다. 박찬욱 감독은 이 곳을 “갔다 하면 늘 취해서 나오는 단골 술집”, 김지운 감독은 “영화로 지은 죄를 사하러 가는 수도원”이라 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화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낙원의 서울아트시네마는 2015년 다시 ‘서울극장’ 안으로 이전했다. 기존 서울극장도 예술영화를 자주 상영했고, 또 다른 예술영화관인 ‘인디스페이스’도 함께 이사를 오는 터라 ‘서울극장-인디스페이스-서울아트시네마’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합체였다. 실제로도 서울을 대표하는 시네마테크*이자 예술영화관이 되어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21년 서울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서울아트시네마는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겨 지금의 경향아트빌 2층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서울아트시네마는 여전히 좋은 영화들을 담아 사람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네마테크*이기도 하다. 역사 속 영화들을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영화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도, 바뀌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서울 곳곳을 옮겨다닌 서울아트시네마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게 영화를 지키는 시네마테크라는 점이 재밌지 않은가?
나는 보통 예술영화관에 가면 함께 있는 카페에서 영화 보기 전 1시간, 영화 보고 난 후 1시간 커피와 함께 머무른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그런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요즘 같은 여름, 햇살이 슬며시 물러나고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은 길 위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서울아트시네마에 간다면 정동길에서 산책도 하고 정동길에 위치한 ‘전광수커피하우스’ 같은 카페에 머물러보시라. 창 밖으로 평화로운 정동길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기울이면 그야말로 힐링이 따로 없다.
이번에는 ‘영화 없는 영화관 투어’다. 예술영화관을 다니다 보면 마냥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예술영화관이나 독립적인 상영관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영화가 매 시간대마다 있지 않다. 보통 1~2주 전에 상영시간표에 상영하는 영화와 시간 일정이 뜨고, 미리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야한다. 하지만 가끔 가까운 곳에서 일정이 끝난 어느 날은 그냥 들러보시라. 마침 간 그 시간에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는 저와 특별한 인연으로 그날의 영화가 될 것이며, 만약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더라도, 설렘을 안고 영화관을 들르는 여정 자체가 행복할 것이다. 팝콘 냄새 나는 영화관에 잠시 머무르며, 이번 주에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시네마테크
: 일반적인 개봉관과는 다르게, 영화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보존하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상영관이다. 쉽게 말해 영화 도서관인 셈.'Life > 문화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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