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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의 직관] 푸른 별 지구를 위한 시장, 마르쉐 농부시장 ‘지구’ 🌎Life/문화직관 2023. 8. 7. 18:12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에디터 뭉치의 공간 찾아, 사람 찾아 이야기
서울에 매주 1회, 매번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장이 있다는 것 알고 있는가? 마르쉐@*에서는 생그러운 봄날,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들의 이야기와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직접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생그러움이 가득하다.
5월 14일 인사동 KOTE에서 열린 농부시장 ‘지구’에 다녀왔다. 마르쉐@는 크게 채소시장과 농부시장으로 열리며 채소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만날 수 있는 채소 중심의 시장으로 열린다면, 농부시장은 월에 1번, 매번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생산자, 소비자, 자원활동가, 시민들이 모여 대화를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장으로 조금 더 큰 형태로 이루어진다. 채소 뿐만 아니라 요리, 수공예품 등을 만날 수 있고 음식을 먹고 갈 공간도 마련돼있다. 이번 주제는 지구로 우리가 매일 딛고, 숨쉬고, 돌보고 살아가는 이 푸른 별을 위한 시장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생태계로 인해 앞으로의 미래가 겁이 나기도 하지만, 지켜내야만 하는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하는 날이었다.
판매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워크샵과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퇴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유행이 지난 소지품에 실크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는 등의 워크샵을 열기도 하고, 정오쯤에는 공연도 진행했다. 그 외에도 마르쉐에서 장 본 채소와 과일을 다듬고 가고 남은 자투리들을 두고가면 텃밭의 퇴비로 만드는 채소살롱이나, 또 종이가방 / 아이스팩 / 유리병 등의 품목 10개를 기부하면 연필로 교환해주고, 종이가방은 시장에서 다시 쓰는 다시살림부스도 있었다. 나도 이번에 집에 모아놓았던 종이가방들을 들고가서, 연필을 받아왔다는 사실. 실제로 기부한 종이가방들이 시장 내에 쓰이는 걸 보면서 묘한 뿌듯함이 감돈다. 정말 단순한 시장이 아닌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장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기도 하고.
햇살 좋은 날, 입구부터 맞이하는 다양한 종류의 푸르른 채소들과 모종, 그리고 그 사이에 처음보는 야생 풀꽃들.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 그대로를 만나는 기분은 굉장히 색달랐다. 처음 들어보는 특이한 허브들, 빨간 래디시, 고메 부추, 담배 상추, 말리지 않은 목이버섯, 갓 따온 울퉁불퉁 토마토와 향긋한 송이버섯까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생소한 종류의 페스토와 소스들도 즐비했다.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끊임없이 주시는 시식과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른 채 먹고 마시며 구경했다.
야외부터 건물 내부까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구석구석 공간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내부에는 빵과 두부, 요거트, 발사믹 식초와 같은 온도에 예민한 상품들이 주를 이루며 비건빵을 비롯해서 가지 된장 과 같은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도 편히 접할 수 있는 상품도 많았다. 옥상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고, 또한 환경을 고려한 일상 용품이나, 먹고 마실 때 쓸 수 있는 다양한 수공예품들도 있어, 음식과 재료를 매치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휘양찬란한 상품들에 결국 지갑은 열렸다. 고메부추라는 유기농 부추는 흔히 알던 부추 맛이 아닌, 어딘가 고소하고 촉촉한 그 맛에 반해 그대로 홀라당 한 단을 사버리고, 생 송이버섯을 한입 했는데, 이렇게 향긋하고 고소할 수가! 그대로 또 홀라당 한 다발 사버렸다. 평소에 만나보지 못한 오팔바질이라는 특이한 보라색 바질과 루꼴라, 그리고 스위트 바질, 모종 3종 세트까지. 이 또한 더 사고 싶었던 마음을 누르느라 정말 힘들었다.
따듯한 날씨에 푸르름이 늘어가고, 채소와 다양한 식재료들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도심 속에서 이 파릇파릇한 생기와 푸르름을 느끼러 마르쉐에 방문해보시는 것 어떠신가 ? 상인들과 손님들이 인사를 하고, 또 서로의 것을 주고 받으며 담소를 나누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이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자 기분 좋은 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르쉐@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마르쉐(marché)에 at을 의미하는 @가 더해진 이름으로, 어디든 공간만 있으면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빨리빨리의 정점인 온라인 배송 시장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으로 ‘돈과 물건의 교환만 이루어지는 시장’ 대신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을 지향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시장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Life > 문화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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