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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가 생존을 호소하는 사회
    Urban/Original 2023. 8. 10. 14:09

    NOW THIS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교사 생존권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불씨를 지폈다. 현직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린 교단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도 젊은 교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추모하기 위해 서이초를 방문했다. 우리 사회의 교권과 공교육이 무너진 것을 알면서도 해결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방치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죽음 뒤에야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공교육을 개혁하고 교사들의 생존권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교육 종사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미디어는 공교육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뒤로하고 웹툰작가 주호민씨를 둘러싼 논쟁으로 여론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WHAT IT MATTERS

     

    과거 교사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참교육’ 실현이다. 하지만 이번엔 교사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거리에 나섰다. 우리사회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학교에서 체벌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이 강조되는 만큼 교사의 교육권은 강조되지 못했다. 때때로 교사들은 ‘교육’이 아닌 ‘보육’을 담당하는 일이 많아지기도 하고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권’을 침해받기도 했다. 지금 교사들은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에서 교권이 우위를 점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달라고 이야기하고 하고 있다.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라며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교사가 직접 학부모 민원을 대응하면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교육권을 지키기는커녕 교사 인권을 침해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 교사는 전국에 100명이고 이중 초등학교 교사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요구: 아동학대법∙학교폭력법 개정과 교사의 안전 확보

    거리에 나온 교사들이 내건 메시지는 충격이다. 교사들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 국가의 백년대계라 불리는 교육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은 우리사회엔 더 이상 미래와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교사들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아동학대법과 학교폭력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동학대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담임 교체, 직위해제 등의 강도 높은 처분이 결정되고 이후 경찰 조사와 징계, 소송 등 고통스런 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이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교육현장에서는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당한다’는 씁쓸한 이야기마저 돈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가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는커녕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폭력예방법도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에 의한 피해를 의미한다. 학교 ’외‘가 포함되면서 놀이터나 학원에서 학생끼리 싸운 사례도 모두 학교폭력 신고 대상이 되고 있다. 장소 보다는 학생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지만 이는 학생이 교사 또는 학교의 관리 감독 체제 하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도 모두 교사와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그간 학교 ’외‘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시됐다. 

     

    교사의 안전학보를 위해서도 ‘학부모 민원 대응 일원화 및 절차 명시화’, ‘긴급 대응팀 구성’, ‘단계적∙명시적 학생 지도 매뉴얼 작성’,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교사 권한 강화’, ‘녹음 가능 전화기 설치 및 전화번호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돌봄과 교육의 혼용

     

    돌봄과 교육은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때로는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현 정부가 밝힌 교육개혁 추진 계획에는 ‘국가책임 교육·돌봄’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저출생시대에 돌봄이 강조되는 만큼 교사의 교육권도 지켜져야 한다. 은근슬쩍 학교와 교사에 돌봄과 보육을 얹어 놓고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대책 마련 없이 돌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대책

     

    서이초 교사 죽음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8월 2일 교권보호를 위해 ‘교사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 도입’, ‘교사별 녹음 전화기 보급’, ‘소송비 지원 절차 간소화 및 지원 범위 확대’, ‘분쟁절차 도입’ 등을 제시했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법개정도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등 세 가지다.

     

    교육권 보장 문제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간 미디어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목소리는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는 사건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갔다. 웹툰작가 주호민과 특수학급 교사 사이의 분쟁을 과도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둘 사이에 일어난 분쟁의 내용까지 알 수 있는 공소장까지 공개했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행태는 분명 폭력이다. 약 일주일 가까이 진행된 주호민 이슈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해결책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까지 압도했다. 생산적인 여론을 주도해야 할 미디어가 오히려 얼마나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민구 에디터
    journalseou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