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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커피란 '찬란한 음미'Life/Coffee of Seoul 2023. 7. 5. 23:08
#CoffeeofSeoul #5
#우연수집가 Tares커피 좋아하세요?
"전 예가체프를 좋아해요. 약간 다중 성격인 것 같은 느낌, 매번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서 예가체프 커피를 가장 좋아해요."
요새는 '얼죽아'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들 마시는데요. 커피, 어떻게 드세요?
"전 한 번도 소위 '아아'를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저한테 커피는 따스한 온기처럼 스며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아이스 커피는 음료로 느껴져요. (웃음) 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달달이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그건 그거대로 좋아해요."
첫 커피의 기억은?
"어릴 때 커피는 장롱 속 금단의 열매 같았어요.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더 탐났죠. 저는 광주에서 자랐는데, 제가 고등학생 때는 보통 '달달이 커피'를 마셨어요. 그러다 원두커피를 처음 접했죠. '빈센트'라는 가게였어요. 그 당시 돈으로 2만원이었으니 엄청난 거금이었어요. 한 방울씩 모이는 커피가 마치 영혼의 물방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짜릿한 첫키스 같았어요."
'빈센트'의 커피가 정말 궁금해지네요.
"'빈센트'에서 정말 멋진 여성 분이 커피를 내려줬었어요. 저는 그녀를 '빈센트'라 기억하고, 그녀의 커피를 '빈센트의 커피'라고 불렀었어요. 그 커피 맛을 잊지 못 해요. 그런데 어느 날 가게가 없어진 거예요. 근처에 살았던 친구에게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아직도 그 얼굴이 선해요. 그녀에게 참 고마웠어요."
또 다른 커피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나요?
"파리에 유학을 갔었어요. 파리의 '페르 라셰즈'라는 유명한 묘지 근처에 카페가 있었어요. 햇살이 비치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 거리의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함께 3시간이 넘게 대화했던 기억이 나요. 특별한 순간이 일상에 녹아있는 느낌. 커피에 대한 질문이 이렇게 많은 걸 떠올리게 하네요. (웃음)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서울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서울에 처음 온 건 85년이었어요. 스무살이었죠. 안국역의 9981 카페, 거기가 서울에서의 첫 커피였어요. 늘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 흘렀던 카페였는데, 지금은 없어진 걸로 알아요. 누군가 그때 그 카페의 추억이나 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공유하고 싶네요."
당신을 아프게 한 서울은?
"저는 서울이 좋아요. 20대는 아팠죠. 편하게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어요. 14시간씩 일하고, 가진 것도 없는 그런 시절이라 내 취향에 떳떳하지 못 했죠. 나의 행복을 말하는 게 염치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어요, 그땐. 서울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서울이 좋아요."
당신을 위로했던 서울은?
"카페, 9981. 옛 한국일보 건물 근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고 싶네요. 그 당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었는데, 9981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본성, 취향, 좋아하는 것들을 담고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당신에게 커피란?
"나에게 커피란 '찬란한 음미'다."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당시 광주의 '빈센트'와 서울의 '9981'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어요. 추억의 힘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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