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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도 문화를 편안하게 만날 수 있기를, 복합문화공간 多 - 용도실People 2023. 8. 31. 11:19
은평구 대조동 평범한 주택가 귀퉁이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간 공간이 있다. 통유리로 된 벽 사이로 따듯한 원목가구와 식물이 어우러져 햇살을 머금고 있는 평범한 카페로 보이는 이 곳은 복합문화공간 다-용도실이다.
다용도실에서는 맥주와 커피 그리고 음악을 선물한다. 때로는 주인장의 특별한 곁들임 메뉴와 함께 맥주를 마실 수도 매 번 달리 나오는 다양한 구움과자와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이 곳에서는 계절과 어울리는 제철 음료도 만날 수 있다. 가끔은 공간 전체가 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으로 때로는 커피 한잔과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결같은 편안함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다용도실, 이 곳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장 박이레, 어느덧 6년차가 되어가고 있는 공간에서 그를 만나 구수한 보리차 같은 공간의 매력을 파헤쳐 보았다.
모든 것이 열린 공간, 다 - 용도실
목재 가구와 식물로 채워진 다용도실은 할머니 댁 거실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빨리 빨리’가 주인이 되는 연신내 번화가와는 달리 정성을 다하며 느긋하게 공간을 채우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제공하며 다용도실의 따듯함을 더한다.
Q. 다용도실에서는 커피도 팔고 맥주도 팔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가 맥주를 커피만큼 좋아해요. 낮부터 맥주를 팔아도 좋지 않을까 싶어 처음부터 기획했어요. 낮에도 ‘낮맥’을 간단히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웃음)
Q. 제철 과일을 활용한 참외 우유, 가을자두소다, 금귤 소다 등 다양한 과일 음료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매번 과일별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수제 과일 음료를 하고 싶었어요. 하나 둘 만들다 보니 조금 더 건강한 음료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사시사철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주사 등으로 당도 조절한 인공적인 과일은 피하고요. 제철 과일은 인공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거든요. 또한 예쁘지 않은 과일도 충분히 맛있어서 제철 과일을 활용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종류의 구움과자류도 있는데요.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고 정제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맨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내 양심에 찔리지 않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내놓는 것이 기준이었어요. 그러던 중에 몸이 안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병원에서 인스턴트같이 환경호르몬이 있는 음식들을 지양하고 밀가루 섭취 등을 줄이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처방과 가치관 모두를 지키려다보니 메뉴도 밀가루에서 쌀가루를 쓰게 되고 버터도 줄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메뉴를 만들게 되었어요.
Q. 다용도실 창 한편에는 강아지 발바닥과 아기 젖병이 하트모양과 함께 붙어있어요. 반려동물과 아이들에게 친절한 공간임을 나타내는 것 같아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용도실을 시작할 쯤 노키즈존이 붐이었어요. 하지만 강아지도 아기도 보호자가 잘 케어 한다면 불편할 게 없는데 사람들이 아이나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서 싫어하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분리가 그 대상에 편견을 만드는 느낌이어서 아이도 강아지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웃사촌만들기프로젝트
"단골손님보다도 좀 더 친근한 느낌으로 동네 주민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박이레씨는 대조동 대추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이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다용도실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이유는 결국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동네 주민들과 친구가 되고 서로가 친구가 되길 바랬기 때문이다. ‘#이웃사촌만들기프로젝트’라는 해시태그를 바탕으로 동네 상인들과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가벼운 취향모임이나 인디가수들의 공연도 열고 있다.
Q. 원래 음악 활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다용도실을 열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피아노 강사를 하면서 밤에는 건반을 매고 공연을 다니곤 했어요. 공연을 다니면서도 교통비조차 못 받는 경우도 많아서 이럴 바에는 내 공간에서 공연을 열면 어떨까 생각했고 카페 같은 공간을 좋아하다보니 지금의 문화복합공간 다용도실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그때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이 공연하기도 하고 제 취향이 담긴 공연을 기획해서 진행했어요. 그 때와 달라진 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는 것뿐인데도 다들 보러 와주시고 좋아해주시는 걸 보면서 신기해했던 것 같아요.
Q. 다용도실에서는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어떠한 기준점이 있나요?
기준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프로젝트가 이 공간에서만의 콘셉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에요. 맨날 부르는 노래를 저기서도 부르는 걸 여기서도 똑같이 부르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미없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로 기획하고 있어요.
Q. 최근에는 노래를 좋아하는 지역 주민이 호스트가 되어 함께 노래를 듣는 모임을 열었는데요. 꼭 어떠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어도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함께 할 수 있는 모임 같아요.
오랜 단골들과 취향을 이야기하다 의견이 맞아 주최했어요. 제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이미 아는 분들이다 보니 기획서도 써가며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어느덧 2회 차를 앞두고 있어요. 다용도실이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공간이길 바랐는데, 참여를 넘어 함께 운영도 진행하시니 진짜 다용도실의 의미를 이루게 된 것 같아 좋더라고요. 추후에는 기회가 닿으면 더 자유롭게 주민들과 모임을 기획해 봐도 좋겠다 생각했어요.
Q. 지역에 녹아있는 공간으로서 색을 더해가는 것 같아요. 이러한 모임들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연차가 쌓이면서 방문객 간의 친분도 쌓이는 모습을 봤어요. 꼭 이 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 밥도 먹고 사적으로도 연락하며 친해지시더라고요. 정말 이웃사촌이 된 거죠. 보면서 되게 뿌듯했어요. 이런 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인데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듯해져요. 제가 원하는 삶이기에 시작했던 것들이 이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한다는 것이 정말 큰 즐거움이에요. 이런 것 때문에 끊임없이 동네기반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사랑과 정겨움의 우리 동네
Q. 번화가에 벗어나 있다 보니 카페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드립 커피가 주는 여유가 이 공간에도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페 운영 초반부터 대로변 보다는 한적한 공간을 찾았어요. 물론 힘든 적도 있었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큰 행복이고 원동력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어느 정도 다른 것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버틸 수 있어요.
Q. 이레님에게 우리 동네는 어떤 곳인가요?
‘정겨움’이자 ‘사랑이 많은’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기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있다 보면 서로 서로 사랑과 보살핌을 주고받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Q. 다용도실이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나요?
슬리퍼 신고 수면바지 입고 올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동네에 위치한 만큼 막 꾸미고 오기보다는 편히 오셔서 쉬었다 가실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공연이나 전시회 같은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특별하지만 어려운 게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Q. 따듯하고 편안한 그 마음이 공간에도 드러납니다. 이레님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저는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갑자기 음악을 하다 카페를 하고 또 공간의 기획을 하듯이 ‘하는 일’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그 결이 약간 달라지는 것 뿐 방향성에는 큰 변화 없이 지금과 비슷한 삶을 추구하며 다정한 할머니로 나아가길 바라요.
글 류혜림 에디터
사진 정민구 에디터 / 다용도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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