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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새로운 빵을 만들어요People 2023. 8. 17. 15:58
[인터뷰] 최여련 파티시에⋯‘오밀’ 주인장에서 ‘이피플라츠’ 파티시에로 변신
은평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살에 훌쩍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베이커리를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고 자연스레 고향인 은평으로 돌아와 빵집 ‘오밀’을 차렸다. 매일 이른 시간 품절될 정도로 인기 많았던 오밀 빵집은 불현듯 문을 닫았지만 그는 여전히 동네에 남아 연신내 ‘이피플라츠’에서 파티시에로 함께하고 있다. 혼자 운영하던 오밀의 주인장에서 이제는 동료와 함께하는 파티시에로 변신한 것이다. 그의 빵 만드는 삶은 여전하지만 그 방법과 즐거움은 다른 듯 보였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최여련 파티시에를 만나보자.
혼자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Q. 본인소개 부탁드려요.
베이킹 클래스 강사이자 이피플라츠 파티시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산동에서 빵집 오밀을 운영하다 현재는 연신내 이피플라츠 베이커리 파트에 합류하여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피플라츠에서 제공하는 디저트류와 베이커리를 담당하며 베이킹 클래스도 출강하고 있습니다
Q. 구산동 빵집 오밀이 인기가 많았는데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했어요.
사실 빵집 오밀은 베이킹 클래스 수업을 위한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어요. 하루 이틀 빵을 함께 팔아볼까 하며 시작한 빵집이었는데 점차 영업일이 늘어나면서 주 3~4일을 열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비해 너무 잘 되서 확장할까 고민도 많았죠.하지만 건강이 안 좋았어요. 빵집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그렇게 됐죠. 새벽에 만들고 오후에 판매하고 마감까지 하면 하루에 거의 15시간을 일하게 되더라고요. 베이킹 클래스 문의가 추가로 들어와도 빵집 운영과 균형을 맞춰가기 어려웠습니다. 내 본업은 제빵 교육 쪽인데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일을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도 들고 무엇보다 많이 지치더라고요. 아무래도 처음 혼자 운영하는 사업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아요.
Q.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래도 이피플라츠에서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함께 하게 되었나요?
이피플라츠의 전신인 바틀샵 키오스크이피에서 지금의 이피플라츠 사장님을 만났어요. 같은 자영업자로서 고민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깝게 지냈는데 이피플라츠로 확장 이전하면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저도 제 커리어 변화를 고민하고 있었고 큰 공간에서 일해보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이 앞섰던 순간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거죠.
'함께'가 주는 시너지
Q. 빵집 주인에서 직원 파티시에로 변화가 있었군요.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베이커리는 사실 꾸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거든요. 빵집 운영 할 때도 끊임없이 메뉴를 업데이트해야 했어요. 매번 새로운 메뉴를 내놓을 때마다 새롭게 포장지를 고민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이 과정을 오롯이 혼자 했습니다. 한 메뉴가 끝나면 또 다른 메뉴를 고민하는 굴레 속에 갇혀 있었어요.하지만 이곳에서 함께 하면서 홍보나 디자인, 판매 등은 이피플라츠에서 진행하니 저는 온전히 메뉴 선정과 품질을 높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서로 잘 하는 것을 같이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서로의 역량을 파악하고 연결점을 찾아가며 더 많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찾고 있어요.
Q. 이피플라츠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도 있나요?오밀을 운영할 때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보니 가정에서 먹기 쉬운 식빵 같은 것 위주로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고객층도 다양하고 테이블도 있어서 무스케이크 등 범주를 넓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어요. 이피플라츠가 새로운 시도나 함께 도전해보는 것에 긍정적인 공간이라 더욱더 가능한 것 같아요.
Q. 혼자일 때와 달리 이제는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즐거움이 있군요.혼자 할 때는 너무 바쁜데 마음 한편은 외로웠어요. 손님 이외에는 마주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여기는 동료들이 있어요. 같이 시식해 보며 피드백도 주고받고 이런저런 고민도 얘기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공존하며 함께하는 공동체 같아요. 좋은 건 공유하되 프라이버시는 지켜준 달까요?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나 접점이 많다 보니 그런 것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Q. 이피플라츠에서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모임인가요?‘퇴근길 와인 한 잔’이라는 이름으로 내추럴 와인을 함께 마셔보며 감상을 나누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베이킹이 너무 저랑 잘 맞고 좋아하는 일인데요. 그만큼 좋아하는 것이 와인이에요. 출근하면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다양하게 만나며 행복을 누리고 지금은 그 와인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며 또 다른 행복을 누려요. 지금 이피플라츠는 그런 면에서 저에게 덕업 일치의 장소에요.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까요.
교류가 주는 따듯함
Q. 구산에서 연신내로, 이 동네에서 꾸준히 함께하시는 것 같아요. 변화를 고민하면서 더 넓은 지역으로 나갈 고민도 들었을 것 같은데요.
동네에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없었는데 말이죠.(웃음) 특히 오밀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정겨움을 많이 느꼈어요. 오밀이 있던 동네가 정말 마을 같거든요. 사람들도, 가게도, 거리도 하나도 안 변하고 십 년 전이랑 비슷해요. 이웃들 간에 챙겨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정도 많아요.
한결같은 분위기 속 매일 같은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신선하다면서 오이나 감자를 나눠주시는 이웃들, 아기였다가 어느새 걷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과 같은 사람들과 교류 속에 따뜻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따뜻함이 저를 여전히 이 지역에 남아 함께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피플라츠에서 오밀 손님들을 다시 뵈면 정말 반가워요.
Q.이웃이자 손님과의 교류가 서로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되는 군요.서로를 들여다보고 느슨한 유대를 갖는 일이 손님이나 상인 모두에게 서로를 기억하며 조금 더 따듯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상품을 사고 판매하는 관계도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잖아요. 상인과 손님뿐만 아니라 손님 간의 연결도 이루어지면서 이런 것들이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열쇠이자 큰 순환 고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Q.빵 하나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녹아있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은데요. 그만큼 베이킹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거 같아요.한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지만 나를 발전시켜주고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 분야를 업으로 삼으면서 책임감을 가졌고 좋은 사람도 만났고 저만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베이킹 교육의 역량과 파티시에로서의 능력 각각 더 잘해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류혜림 에디터
사진 정민구 에디터'Peop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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